브라우저 단상斷想

PC든 스마트폰이든,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웹 브라우저다.

웹으로 연결되는 시대인 만큼 요새는 브라우저가 하는 일이 정말 많고, 브라우저와 웹 표준도 30년이 지나면서 계속 발전해 와서 정말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브라우저 중 가장 많이들 사용하는 구글 크롬이나 MS 엣지 브라우저는 사용자가 뭘 하고 있는지 정말 궁금해 한다. 많고 많은 브라우저들 중에서 이 둘은 특히 정말 많이 궁금해 한다.

맞춤 광고를 제공해서 광고 정확도를 높이려는게 주 목적이다. 뭘 검색하는지, 어느 사이트를 자주 들어가는지, 뭘 입력하는지. 아니면 요새 AI가 발전 중이라 AI 성능 향상을 위해 사용자 정보를 입력값으로 넣고 싶은 걸수도 있다.

그래서 내가 포맷하고 엣지 브라우저를 켜면 제일 먼저 하는게 설정에 들어가서 개인정보, 검색 및 서비스 탭에 있는 대부분의 옵션을 끄는거다.

검색 및 서비스 개선 – 내가 뭘 검색하는지 알고 싶다는 거다. 맞춤 광고 팔아야 하니까.

개인 설정 및 광고 – 내가 뭘 검색하는지 알고 싶다는 거 22

웹 사이트 오타 방지 – youtube.com을 yotube.com 으로 잘못 친다거나 할때 바로잡아 준다는건데, 사이트 주소를 직접 쳐서 들어갈 일이 요샌 거의 없거니와, 내가 무슨 주소를 오타내는지를 알겠다는건 내가 뭘 검색하는지 알고 싶다는거겠지.

탐색 오류 해결 – 뭘 검색했는지 입력값을 MS가 알아야 오류를 해결해 주겠지? 결국 내 검색값을 받고 싶다는거잖아.

유사한 사이트 추천 – 이것도 뭘 검색했는지 입력값을 달라는거잖아? 비슷한거 알려준다고.

쇼핑으로 시관과 비용 절약 – 너무 노골적으로 알고 싶다는거라 당연히 끈다.

컬렉션을 사용하여 콘텐츠 저장 – 상세 설명을 보면,

Microsoft Edge의 컬렉션을 사용하면 쇼핑, 여행 계획, 리서치 또는 수업 계획을 위한 메모 수집 등 어떤 작업을 하든 웹에서 아이디어를 추적하거나 마지막으로 인터넷을 검색했던 위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웹에서 어떤 작업을 수행하든 컬렉션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라고 하는데, 내가 찾고 계획 세우는 것을 저장해 두고 편하게 써~ 라고 하는데, 뭐하는 지 알고 싶어 하는 것 같아 끈다.

악질중의 악질인 옵션. 몇 단계 들어가야 끌 수 있게 만들어져있다.

보통 subscription도 그렇고, 사용자가 끄면 지들 손해인 것은 정말 끄기 귀찮게 몇 단계 들어가서 끄도록 만들어져있다. 악질인 녀석. 당장 끈다.

뭘 하는지 전부 기록하래. 제발 기록하고 뭘 검색하는지 알려줘~ 궁금해 미치겠어 라고 말하는 MS edge.

이것 말고도 윈도우와 엣지 브라우저가 연동되어서 윈도우에서도 사용자 검색 관련 설정들을 전부 끈다.

개인 정보에 민감한건 그냥 기분이 나빠서다. 내가 뭘 검색하고 뭘 찾아보는지를 노골적으로 알고 싶어할수록 난 더 막고 싶어진다.

비트코인을 검색하면 비트코인 관련된 광고가 주르르 뜨고, 연말이라 정리한다고 공간박스를 검색하면 정리 관련 광고가 주르르 뜨는게 싫다.


그래서 난 비발디 브라우저를 메인으로 쓴다.

이름이 홍대병스럽고 (브라우저 이름에 왠 음악가 이름이) 점유율이 매우 적은 마이너한 브라우저.

Jon von Tetchner라는 노르웨이 아저씨가 오페라 브라우저 (이것도 이름이 홍대스럽긴 마찬가지)를 개발하고 창립하고 운영하다 나와서 만든 브라우저인데 2015년 말에 알파가 나왔고, 내가 처음 접한 것은 2016년이었다.

특이한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딱인 브라우저였다. 일단 프라이버시가 남다르다.

자신들은 privacy first로, 자신들은 사용자가 뭘 하는지 전혀 관심이 없다고 밝힌다.

https://vivaldi.com/ko/we-respect-your-privacy

내가 뭘 하는지 알아내서 정보를 관련 기업들에 팔아 돈벌겠다는 욕심이 없다는 게 마음에 든다.

유저들 피드백을 활발히 받아서 브라우저를 개선해 나가는 것도 마음에 든다. 나도 vivaldi forum에 예전부터 가입해서 피드백을 많이 보냈다.

커스터마이징도 비발디의 차별화된 부분인데, ui의 css를 편집해서 원하는 대로 수정이 가능하다.

난 웹 페이지를 변경할때마다 웹 페이지의 테마 색에 맞춰 브라우저 ui 색상이 점진적으로 변하도록 꾸몄고, 전체적인 룩은 오피스의 ribbon 테마처럼 만들었다.

덕분에 CSS도 조금 공부할 기회가 됐다.

비발디의 장점은 이 뿐 아니라 정말 많은데, 브라우저 내에 이메일 클라이언트를 탑재해서 웹서핑중에 메일이 오면 바로바로 알림이 뜨고 브라우저 내에서 메일을 보고 회신 할 수 있다는 것.

프로그램을 덕지덕지 여러개 설치하는 것을 극혐하는 나로서는 윈도우에 별도의 웹 클라이언트를 설치 안해도 되서 편하다. 별도로 그때그때 네이버나 outlook.com에 들어가서 페이지를 열어 메일이 왔나 안왔나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것도 편하다.

또 다른 장점은 브라우저 history 전체기간 동기화가 가능하다. (23년 말부터 추가된 기능)

이게 진짜 유용한데, 내가 어느 PC에 설치된 비발디를 사용하든, 태블릿이나 핸드폰에 설치한 비발디 앱을 사용하든 상관없이 내가 열어본 페이지는 전부 동기화된다. 엣지나 크롬은 정책 상 3달까지만 동기화가 유지되고 3달 이전 기록은 자동으로 삭제되는데, 비발디는 전체 기록을 남길 수 있다. 재작년 말 검색하고 찾아본 페이지를 지금도 찾아 볼 수 있다.

이게 유용한 건 예전에 어디 놀러가려고 찾아봤던게 언제였더라? 싶으면 검색해서 언제였는지 찾아볼 수 있고, 이때 내가 뭐했었지를 알 수 있어서 좋다.

이게 엣지나 크롬이었으면 절대 기록을 남기지 않았을텐데, 비발디라서 믿고 전체 기록을 남길 수 있다.

장점은 이것 말고도 매우 많지만 (포터블로 사용 가능하다던지)

줄이고 유일한 단점을 꼽자면,

느리다.

23년인가 대규모 업데이트를 하면서 속도가 40%인가 개선되었다고 했던게 기억이 나는데, 그래도 느리다.

내가 브라우저를 진짜 수십 개, 마이너한것도 전부 써봤지만 엣지가 체감 상 제일 빨랐고 메모리 점유도 굉장히 낮은데, 비발디는 확실히 기능이 많으니 더 무겁고 페이지 로딩도 체감 상 조금씩 더 느리다.

비발디가 엣지의 성능을 가져와 탑재한다면 더 바랄게 없는 완벽한 브라우저가 될 듯.

그리고 소신발언. 웨일은 비발디 카피캣이다.

비발디 초창기부터 써왔기 때문에 웨일이 나왔을 때 써보고 바로 느꼈다.

특허가 있는 것도 아니니 베낀다고 사용자한테 나쁠건 없지만, 팩트는 따라한 건 따라한 거다.

비발디 찬양글 쓰다가 글이 길어졌네.

후원도 적은 금액이지만 해줬다. 나만의 작은 브라우저 비발디, 롱런하길.